우리나라 전통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무예도보통지'를 유네스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이어서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한 것이다.
'무예도보통지'는 조선시대 규장각에서 실학자 이덕무ㆍ박제가, 무관 백동수 등이 주축이 돼 편찬한 군용 무술서이다. 책은 보병무예 18가지와 마상무예 6가지를 더해 총 24가지의 무예를 다뤘다. 한ㆍ중ㆍ일 무기와 무예의 차이를 그림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무예도보통지 수십 권을 보유하고 있다.
무예인들은 18세기 정조의 명으로 편찬한 ‘무예도보통지’를 ‘전통 무예의 동의보감’이라고 평한다. 정해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무예도보통지가 북한 이름으로 등재된 점은 안타깝지만 책 내용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한 독창성을 갖췄다고 유네스코가 판단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북한이 등재 신청서에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무예는 고조선ㆍ고려를 통해 조선으로 이어졌으며 이것이 현대 북한 태권도의 원형이 됐으며, 책의 삽화는 김홍도가 그렸다”고 주장한 지점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여겨왔는데, 유네스코가 공인한 셈이 됐다.
문화재청은 ‘무예도보통지’가 아ㆍ태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후였던 지난해 8월 북한과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검토하면서 이런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동 등재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세계기록유산은 소장 기관이 등재 신청을 해야 국내 심사를 하는데 지금까지 국내에서 신청한 기관이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진다.